Milestone 4 - 효율성 향상을 위한 아키텍처 재설계
Milestone 4 - 효율성 향상을 위한 아키텍처 재설계
BizpulseCRM의 사무실은 활기로 가득 찼다. 영업팀은 새로운 SaaS 버전의 BizpulseCRM을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었다. 특히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SOHO와 SMB 고객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한 달 무료 체험으로 시작해보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가 사무실 벽면을 장식했다.
그러나 이 활기찬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개발팀장 이성호의 책상 위에 놓인 AWS 청구서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게 말이 돼?" 이성호는 눈을 의심하며 청구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청구되어 있었다.
긴급 회의가 소집되었다. 개발팀과 영업팀, 재무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의 성공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어요." 무료 체험 고객이 급증하면서 AWS 자원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반면에 유료로 전환하는 고객의 수는 너무적어요."
그는 회의실 화면에 Control Plane을 띄워 보여주었다. 무료 체험을 신청한 고객을 위해 생성된 인스턴스의 목록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모두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영업팀장 박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우리는 더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에는 많이 터치하지 않았던 SOHO, SMB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료체험을 독려하고 확대했어요. 그 덕분에 그동안 커버하지 못하고 있던 작은 규모의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경험하고 만족해 했지만 여전히 높은 라이센스 비용은 높은 허들로 작용해서 유료사용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아요. 작은 규모의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과금 방식의 변화가 필요해요."
이성호가 말을 이어 받았다. "과금방식을 바꾸더라도 최소한 인스턴스 사용료와 우리의 마진을 고려한 비용으로 책정해야해요. 그렇지 않으면 SOHO, SMB고객들을 유치하면 유치할 수록 적자폭이 늘어날 수 밖에 없어요."
재무팀장 이재원도 나섰다. "재무팀에서도 SaaS 비즈니스로 전환 후 초반에 적자가 발생하는건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그 폭이 지나치게 커보입니다. 개선 방안을 빠르게 찾아야 해요"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었다.
"AWS에 도움을 요청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성호가 제안했다.
며칠 후, BizpulseCRM 팀은 AWS 어카운트팀과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엔 김범준 Solutions Architect, 조효원 Account Manager, 그리고 AWS 에서 고객들의 SaaS 비즈니스를 돕기 위해 설립한 SaaS Center의 박채현 Business Development Manager가 참석했다.
박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러분, 지금 겪고 계신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SaaS로 전환할 때 겪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SaaS 비즈니스의 초기에 만날 수 있는 어려움, 높은 고객 획득 비용(CAC)과 원가율, 그리고 SaaS 가격 설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시죠"
그의 설명을 들으며 BizpulseCRM 팀은 자신들의 문제를 더 명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고객마다 별도의 인스턴스를 제공하는 지금의 방식은 마치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면서 고객마다 별도의 건물을 짓는 것과 같았다. 무료체험에 소요되는 비용이 너무 컸고, 기존 설치형 비즈니스 모델의 라이센스 방식을 그대로 SaaS에 적용해 일정규모 이하의 고객은 유료고객으로 전환하기 쉽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김범준 SA가 이어 말했다. "비즈니스 문제를 기술적인 측면으로 접근해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의 구조는 고객이 10명이면 10개의 시스템을, 100명이면 100개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비용이 고객 수에 정비례하게 늘어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어요. 우리가 할 일은 고객들이 특정 자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마치 WeWork 같은 공유오피스 처럼 말이죠."
이성호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군요. 개발팀 입장에선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현재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수많은 '집'을 관리하고 수리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어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려면 각 집마다 일일이 방문해서 공사를 해야 하는 셈이죠." 옆에 있던 TF팀원이 거들었다. "버그를 고치기 위해 수십 대의 시스템에 일일이 수정을 적용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들고 까다로워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
김범준은 큰 그림을 그려주었다. "공유 오피스를 생각해보세요. 하나의 대형 건물 안에 여러 회사들이 입주해 있지만, 각 회사는 자신들만의 독립된 사무 공간을 사용합니다. 로비, 회의실, 편의시설 같은 공용 공간은 함께 사용하면서 비용을 절감하죠. 우리가 만들려는 시스템도 이와 같습니다. 모든 고객이 하나의 인프라 위에서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각자의 데이터와 작업 공간은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는 거죠. 이런 구조로 바꾸면 인프라 비용을 대폭 줄이고, 유지보수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는 이어서 기술적인 접근법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이 '컨테이너'입니다. 이것은 마치 대형 물류 창고에 표준화된 운송 컨테이너를 여러 개 배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각 컨테이너는 동일한 규격을 가지고 있어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지만, 내부 내용물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죠. 또한 고객별로 별도 관리하던 데이터는 마치 개별 서류함을 하나의 중앙 문서 보관소로 통합하는 것과 같습니다. 각 고객의 문서는 안전하게 분리된 섹션에 보관되지만, 관리 시스템은 통합되어 효율성이 높아지죠."
회의 후, BizpulseCRM 팀은 새로운 접근법에 동의했다. AWS의 도움을 받아 4주 동안의 집중 개발을 통해 시스템 구조를 완전히 재설계했다. 개발팀은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전면과 후면으로 분리하고 컨테이너 기술을 적용해 표준화했다. 또한 각 고객별로 따로 운영하던 데이터베이스를 클라우드 관리형 데이터베이스(Amazon Aurora)로 통합했다.
개발팀장 이성호는 구성원을 모두 모아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새로운 시스템이 준비되었습니다. 이제는 각 고객마다 별도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대신, 모든 고객이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을 안전하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이건 마치 각 회사가 독립된 사옥을 갖는 대신, 현대적인 공유 오피스 빌딩에 입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각 회사는 자신들만의 독립된 사무 공간을 사용하면서도, 건물 관리, 보안, 시설 유지보수와 같은 공통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죠."
그는 비즈니스 담당자들을 위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고객이 늘어도 인프라 비용은 그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습니다. 1,000명의 고객을 모두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죠. 각 고객의 데이터는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어 보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한 새로운 기능이나 버그 수정을 한 번에 모든 고객에게 적용할 수 있어 개발 속도와 서비스 품질이 크게 향상될 겁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프라 비용이 75% 이상 감소했고, 새로운 기능 배포 시간은 이전의 1/10로 줄었다. 이런 변화로 전체비용(원가)과 단위비용이 크게 낮아져 더 적극적인 무료 체험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고객들이 기다리지 않고 언제든지 홈페이지에 접속해 스스로 계정을 만들고 즉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변화는 영업팀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박지원은 영업 전략을 새롭게 수립했다. "이제 우리는 라이선스 판매가 아닌 구독 모델로 완전히 전환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고객 규모에 따른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할 수 있고, 소규모 고객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가격대를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우리가 해냈어요!" 이성호가 외쳤다. 팀 전체가 환호성을 질렀다.
박지원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는 SaaS 기업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 거네요. 기술 변화가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성호의 표정은 곧 진지해졌다. "맞아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야 해요."
BizpulseCRM의 SaaS 여정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들은 이제 더 큰 도전과 기회를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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