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estone 6 - SaaS : 기술을 넘어선 진화와 도전

Milestone 6 - SaaS : 기술을 넘어선 진화와 도전

BizpulseCRM의 회의실에서 분기 리뷰 미팅이 한창이었다. 지난 분기의 성과를 분석하고 향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화면에는 SaaS 전환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MRR(Monthly Recurring Revenue) 그래프가 떠 있었다.

"우리의 SaaS 전환은 확실히 성공적이었습니다." CEO 김민준이 말했다. "기술적으로도, 비즈니스적으로도 안정 궤도에 올랐어요. 하지만 우리 앞에는 아직 많은 도전이 남아 있습니다."

개발팀장 이성호와 영업팀장 박지원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에는 자부심과 함께 새로운 고민이 묻어났다.

"최근 고객사들로부터 들어오는 피드백을 분석해봤습니다." 박지원이 새로운 슬라이드를 띄웠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세 가지 이슈가 있어요. 첫째, 맞춤형 기능 요청. 둘째, 기능 우선순위에 대한 불만. 셋째, 서비스 이용 방식의 적응 문제."

이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개발팀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특히 A전자에서는 온프레미스 버전에서 가능했던 맞춤 개발을 SaaS 환경에서도 요구하고 있어 대응하기 어려웠습니다."

김민준 CEO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보드 앞으로 걸어갔다. "이 세 가지 이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모두 SaaS로의 전환이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비즈니스 운영 방식과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는 화이트보드에 세 가지 주제를 적었다. "커스터마이제이션", "고객의 목소리", "조직의 문화".

"각 영역별로 TF팀을 구성해 해결책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가 제안했다.

다음 날, 첫 번째 TF팀이 모였다. 주제는 '커스터마이제이션 철학'이었다.

"A전자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승인 워크플로우는 우리 제품의 표준 기능과 완전히 다릅니다." 영업 담당자가 설명했다. "온프레미스일 때는 그냥 코드를 수정해서 대응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으니 난처하네요."

"그렇다고 거절하면 그들은 경쟁사로 넘어갈 수도 있어요." 다른 영업 담당자가 말했다.

이성호가 질문했다. "그런데 이런 요청이 A전자만의 독특한 요구일까요, 아니면 다른 고객들에게도 필요한 기능일까요?"

TF팀은 고객 요청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난 6개월 동안 접수된 모든 맞춤 기능 요청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각 요청의 빈도와 비즈니스 영향을 평가했다.

"흥미로운 패턴이 보입니다." 한 개발자가 말했다. "대부분의 요청은 사실 비슷한 기능을 원하지만,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길 원하는 거예요."

박지원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든 맞춤 요청을 개별적으로 개발하는 대신, 고객들이 자신의 필요에 맞게 설정할 수 있는 유연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건 어떨까요?"

이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예요. 우리가 필요한 건 '맞춤형 개발'이 아니라 '맞춤 가능한 플랫폼'입니다."

TF팀은 2주 동안 집중적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했다. 그들은 BizpulseCRM의 핵심 기능과 확장 가능한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고, 고객들이 직접 설정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했다. 또한 플러그인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이나 파트너가 특정 기능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했다.

이 새로운 접근법은 경영진에게 보고되었고, 곧 '플랫폼 우선(Platform First)' 전략으로 공식화되었다. 모든 개발 의사결정에서 "이 기능이 플랫폼을 더 강화하는가?"라는 질문이 핵심 기준이 되었다.

한편, 두 번째 TF팀은 '고객 목소리의 균형'이라는 주제로 모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주로 큰 목소리를 내는 고객이나 큰 계약을 가진 고객의 요구에 집중해왔어요." 박지원이 설명했다. "하지만 SaaS 환경에서는 모든 고객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한 개발자가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는 영업팀만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그들의 필터를 통해서만 고객 요구사항이 전달된다는 거예요. 우리는 그저 전달받은 기능을 개발하기만 하는데, 실제로 그 기능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직접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개발팀과 영업팀 사이의 갈등 요소였다.

"그럼 개발팀도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봅시다." 김민준 CEO가 제안했다. "B2B 환경에서는 고객 수가 많지 않으니, 데이터에만 의존하기보다 개발자들이 직접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어요."

이성호가 눈을 빛냈다. "맞아요! 우리 개발팀도 고객 미팅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그들의 업무 환경을 직접 관찰하면 훨씬 더 가치 있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TF팀은 '개발자-고객 직접 소통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격주로 개발팀 멤버들이 고객사를 방문하거나 화상 미팅을 통해 직접 피드백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영업팀을 통해 전달되지 않았던 많은 인사이트가 발견되었다.

"이건 단순히 영업과 개발의 소통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이성호가 말했다.

그들은 '고객 성공팀(Customer Success Team)'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구성했다. 이 팀에는 영업과 개발, 지원 인력이 골고루 포함되어 고객과의 모든 접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고객이 제품을 통해 실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팀이 고객을 직접 이해해야 해요." 고객 성공팀을 이끌게 된 정유진이 말했다.

세 번째 TF팀은 '조직 문화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팀에는 오랜 경력의 직원들과 신입 직원들이 고루 포함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15년 차 영업 전문가 김도현이 말했다. "큰 계약 하나로 연간 목표를 달성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개발자 한지훈도 동의했다. "저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예전에는 6개월 동안 큰 기능을 개발하고 출시하면 됐는데, 이제는 매주 배포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니... 정신이 없어요."

인사팀장 박소연이 말했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거예요. 우리는 지금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중요한 건 모든 사람이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새로운 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입니다."

TF팀은 전사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영업팀은 일회성 계약에서 고객 생애 가치(LTV)로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법을, 개발팀은 지속적 통합과 배포(CI/CD) 방법론을, 고객 지원팀은 반응적 대응에서 선제적 성공 지원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사내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 직원들이 다른 직원들을 도울 수 있는 체계도 마련했다.

"이건 단순한 기술이나 프로세스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예요." 김민준 CEO가 전체 회의에서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6개월 후, BizpulseCRM은 '플랫폼 데이'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그들은 새로운 플러그인 마켓플레이스를 공개하고, 고객들과 파트너들이 자체 개발한 확장 모듈을 선보였다.

A전자의 IT 담당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에는 우리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해서 실망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좋은 솔루션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우리가 직접 워크플로우를 설계할 수 있으니 변화가 필요할 때마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객 성공팀의 데이터 분석 결과도 고무적이었다. 새롭게 설계된 기능들의 사용률이 크게 향상되었고, 고객 유지율도 10% 이상 증가했다.

조직 내부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예전에 가장 강하게 저항했던 김도현은 이제 구독 비즈니스 모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일회성 판매보다 훨씬 더 보람 있는 일이에요."

개발팀의 한지훈 역시 변화했다. "지속적 배포가 처음에는 스트레스였지만, 이제는 빠르게 피드백을 받고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고객들이 실제로 우리 기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회사 전체가 모인 분기 마무리 미팅에서, 김민준 CEO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여러분 모두가 이 변화의 여정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SaaS 회사가 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고객 중심 회사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제품을 넘어 플랫폼을, 거래를 넘어 관계를, 기능을 넘어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박지원과 이성호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시작한 작은 변화가 이제는 회사 전체의 DNA를 바꾸어 놓았다.

"다음은 어떤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박지원이 물었다.

이성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뭐가 됐든, 우리는 이제 준비되어 있어. 변화야말로 우리의 상수니까."

BizpulseCRM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단순한 CRM 제공업체가 아니라, 고객의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파트너로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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